아이에게 애 엄마가 쓰던 10년 정도 된 노트북을 줬는데, 성능이 성능이다 보니 깔아준 게임은 마인크래프트나 약속의 땅, 뿌요뿌요, GTA SA 와 몇가지 정도였다. 

그중에서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게임은 초기에는 뿌요뿌요, 약속의 땅같은 비교적 쉽고 어렵지 않은 게임이었는데.. 어느날 어디에서 마인크래프트를 알아와서 하고 싶다고 하길래 구해서 깔아줬다. 

한동안 마인크래프트로 별짓을 다하고 노는것 같더니 조금 질렸는지 다시 예전에 하던 젤다의 전설, 얼마전에 사줬던 수천개의 고전 게임이 들어있는 게임기로 이것 저것을 하면서 로테이션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원체 밖에서 노는걸 좋아하는 녀석이라 코로나 시국에 그것조차 마음대로 되지  못하니 스트레스를 받는 듯 해서, 좀 파격적인 게임을 깔아줬다. 

GTA3의 외전격인 GTA 산안드레스를 깔아줬다. 

난 쓰레기 게임은 있어도 해로운 게임은 없다고 생각하기에, 나도 오래전에 재미있게 했으면서 사양도 타지 않는 GTA가 스트레스 해소에 적당하다고 생각해서 깔아줬는데.. 여기에 꽂힌 아이는 정말 몇달동안 이것만 했다. 

난 좀 더 화끈하게 즐기라고 치트 쓰는 방법도 알려줬더니 바로 탱크와 무한 RPG로 신나게 파괴하고 놀았다. 

GTA4, 5처럼 그래픽이 좋지는 않지만 그 게임이 주는 원초적인 재미는 전혀 부족하지 않았다. 

 

난 게임의 순기능을 믿는다. 

어릴때.. 방학동안 울티마5나 6를 하면서 영어사전이 닳아 너덜거릴 정도로 뒤져가면서 게임 하던 내 경험을 떠올렸고, 시대가 다른 지금은 게임의 효능(?)도 다르기에.. 그때와는 다른 한가지 조건만 반드시 지켜진다면 말이다. 

그것은 (거의 일방적인)합의해서 정한 시간(등교일에는 2시간, 쉬는날에는 6시간) 만큼만 게임을 한다는 약속이었다. 

 

아이는 나와 게임 이야기를 많이 했고, 일기에도 GTA 이야기를 많이 썼다. 

나는 어떻게 게임을 하라고 말하기 보다는.. 로스 산토스를 벋어나서 산안드레스로 가면 거리에 전차도 다니고, 발라나 바고스 같은 찌질한 동내깽이 아닌 세계적인 조직(삼합회나 마피아 등등.. )들도 있어서 더 재미있을 거라는 얘기만 몇번 해줬다. 

아이는 스토리를 진행했고 드디어 산길을 지나 산안드레스를 가게 되었고 한동안 거기서만 놀았다.

난 아이에게 라스베가스 같은 화려한 도시도 있음을 알려줬다. 

아이는 정말 다른 게임은 거의 하지 않고 그것만 해댔다. 

나는 아이에게 지금 게임에서 뭘하고 있는지를 질문했고 아이의 대답은 처음에는 단조로웠으나 갈수록 길어졌고 주로 아이가 어떻게 노는지를 묻지 않아도 들려줬다.  

 

하지만 한가지 문제가 생겼으니.. 게임에 빠지면 약속한 시간을 넘기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고, 난 그 부분에 대해서 충분히 주의와 경고를 줬다. 

경고를 줬을때는 한동안 말하지 않아도 시간이 되면 알아서 게임을 끊는듯 했지만.. 갈수록 시간을 넘기는 빈도가 많아 지고 특히 시간이 조금 지난 상태에서도 세이브 포인트 까지만 가게 해달라는 식의 꼼수도 계속 부리길래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그것은 노트북에 있는 모든 게임을 삭제한 것이고 아이는 울면서 멈춰 달라고 했지만.. 아이가 보는 앞에서 게임이 휴지통에 버려지는 모습을 끝까지 보게 했다. 

 

게임 자체가 해롭다는 등의 문제가 아니라, 게임 외적인 요인을 스스로가 잘 컨트롤 하지 못하는게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아이가 어릴수록 부모가 관심을 가지고 대화하고 그래도 지켜지지 않을 시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얘기보다는 스스로의 잘못을 일깨워주는 조치를 행하는게 옳다고 생각한다. 

난 아이에게 수차례의 경고를 먼저 했으며, 그래도 시간약속이 잘 지켜지지 않아 결국 지웠다. 

그렇게 아직 아이가 많이 어려서 스스로 원하는 것을 구하기 어려운.. 부모의 영향력이 지대한 지금이 아니면 나중에 씨알도 먹히지 않을것 같아서 바로 결행했다. 

솔찍히 이게 잘한건지는 모르겠다. 

 

지금 거의 2주가 지났고, 한달이 지나면 서서히 이 부분을 애기하면서 아이가 원해서 스스로 조건을 걸게되면 다시 게임을 깔아줄 것이다. 

물론 그때도 지켜지지 않으면 여러차례 경고 후에 아이에게 직접 게임을 삭제하게 만들것이다. 

그 이후는 아이가 원한다면 스스로 구해야 할것이다. 

그때도 약속시간을 지키지 않는다면 그땐 컴퓨터를 몰수할 생각이고 사전에 계속해서 고지할 것이다. 

 

게임을 하면서 신나하며 말하던 아이의 모습을 기억하는 입장에서 많이 미안했지만, 원인과 결과를 분명히 확인시켜줄  필요를 느꼈다. 

게임이 나빠서 지워진게 아니라 약속을 지키지 않은 아이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길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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