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에 아들의 학교에서 전화가 왔었다.

아들이 같은 반의 누군가를 당겨서 넘어졌고, 그 아이가 피부가 까지는 등의 상처를 입었다는 내용이다.

그래서 당겨서 넘어뜨린 이유를 들어봤다.

같은반의 아이가 나무(?)에 거미가 매달려 있는 곳 쪽으로 가려고 해서 가지말라고 불렀는데, 애가 듣지않고 계속가길래 당겼다는 것이다.

난 여기까지 들었을 때 난 '우리아들이 남을 도울려고 그랬구나 칭찬해 줘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선생님의 생각은 좀 다른것 같았다.

 

일단 선생님의 의견은..

발단 : 아들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사람에게 이유나 의도야 어찌되었든 물리적인 폭력을 행사했다.

결과 : 아들은 자신의 의견을 듣지 않는 사람에게 물리력을 행사하는 사람이다. 

...

순간 머리가 어찔했고 단어를 찾지못해 말을 할수가 없었다.

조금 진정되자 그게 왜 비난받아야 할 일인지에 대해 담임에게 따지면 서로간의 생각이 평행만 이룬체 접점이 생길것 같지않고 상대가 말하기를 포기해 버릴것 같아.. 일단 다른쪽으로 대화를 풀어갔다.

하지만 선생님은 '무슨일이든 선생님께 말해라'고 시키지만 듣지 않으니, '아이를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는 말만 반복하길래 더 이상의 대화는 무의미하다고 판단되었다.

 

다른 한가지도 예전에 있었던 일이라며 말해주었다.

발단 : 아들이 옆의 여자애 짝지와 시비가 붙었는데, 내용은 여자애가 아들 공책에 낙서를 해서 아들도 같이 낙서를 하려했다.

진행 : 두사람의 의견이 갈리길래 구분해 봤다.

1. 선생님 : 아들이 화가나서 여자아이의 눈 근처를 아들이 연필로 찔렀다.

2. 아들 : 나도 짝지 공책에 그릴려고 했는데 짝지가 얼굴로 공책을 막을려고 해서 실수로 찔렀다.

결과 : 아들은 장난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폭력을 행사한다.

이 외에도 몇가지 사건(트러블이 생기면 아들은 나중에 친구 등짝이라도 때리고 간다 등등..)이 있었지만 아들은 이미 담임에게 폭력적이고 거짓말도 잘하는 아이로 낙인찍혀 있었다. 

 

아들과 대화했을때..

아들은 위와같이 선생님께 말씀드렸지만 믿지않았다. 화가 났고 선생님 싫어! 라고 답했다.

그리고 오늘은 도울려고 그랬고 아들은 한번 당겼는데 친구는 2번 당겼다고 거짓말 했고 그렇게 아들만 반성문을 썼다고 한다.

 

아들은 이제 초등학교 2학년이고 생일도 초등학교 1학년 애들과 몇일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로 많이 느리다.

위와같은 말을 이끌어 낼려면 사전에 많은 이야기를 해야하고 대화를 이끌어줘야 하다.

아이와 거의 매일 30분 이상 대화를 하며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지만 아직 아이는 거짓말을 할정도로 논리적이거나 말을 잘하지 못한다.

아들은 거짓말의 필요성을 느껴본적도 없는듯 하고 적어도 내게는 거짓말을 한적이 한번도 없다.

 

어떤 사실이 거짓말이 될려면

1. 거짓말을 한 본인이 사실을 왜곡하는 경우.

2. 상황이 바뀌거나 여러가지 복합적인 요인으로 거짓이 되는 경우.

3. 자신의 상황을 납득시키거나 설명하지 못해 거짓이 되는 경우.

 

아들은 전형적인 3번의 상황이고 아직 길게 설명하고 이해시키기 보다는 '난 안그랬어요.', '쟤가 먼저 그래서 이렇게 된 거에요!', '전 잘못 안했어요!' 라는 표현밖에 하지못한다.

 

슬펐다..

깊은 대화를 해서 아이의 마음을 표층밖으로 이끌어 내기보다 피상적인 전개만보고 시비가 갈리고 정의가 판단되는 학교의 상황에서 아이를 어떻게 교육하여야 할까..

 

내가 아들에게 할 수 있는 말은 이것밖에 없었다.

'다른 친구가 다치던 말든 죽더라도 넌 절대로 손대지 말고 선생님 불러라!'

'누군가 연필로 낙서를 했다면 같이 연필로 그럴게 아니라 그냥 선생님께 가서 일러라!'

'누군가 너를 때렸다면 그때는 같이 싸우고 신나게 두드려 패고 같이 혼나고 같이 반성문을 써라!'

 

2번은 이전부터 그렇게 알려줬어도 기질의 문제인지 행동부터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나름 계속해서 이야기해온 보람은 있어서인지, 아빠의 말을 잘 들어줘서 처음에는 말부터 해보려고 한다는게 오늘 담임과의 대화에서 확인했다.(물론 아들의 게이지는 차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폭력에 거짓말쟁이 아이가 되어있으니..

 

정말 학교는 왜 필요한 것인가?

아직도 교사 1인당 학생수(아들이 우리반은 19명 이라고 했다.)가 많은 것인가?

더 줄이면 해결이 될것인가?

단순히 교사의 자질문제는 아닐까?

 

난 아들의 담임에게 아이와 대화를 해보겠다고 말을하고 전화를 끊을 수 밖에 없었다.

1학년때 2~3학년 애들이 괴롭혀서 싸운적이 있을 때도 담임이나 돌봄교사들은 아이의 말을 듣고 분명한 시시비를 가리기 보다 똑같이 혼내고 똑같이 반성문을 쓰게했다.

그리고 더 크게 다친 애들의 말에 무게를 실고 덜 다친애를 가해자 취급했다.

아들도 시비의 원인나 과정에 의해서가 아닌, 어른의 주관에 따라 가해자가 되거나 피해자가 되는등.. 상당히 원칙없이 다뤄졌다.

상황이 이러니 무슨말을 해도 소용이 있을까?

 

담임은 학교 내선을 통해서만 상담할 수 있는데 내가 걸어서 연결된적은 한번도 없다.

이런 이야기는 지속적으로 해야하는데.. 상태가 이러니 포기했다.

선생님의 개인생활도 중요하다는 취지인지 담임 개인의 전화를 알려주지를 않았고, 이해도 된다.

그렇다고 매일 학교로 찾아갈수도 없고..

 

아이가 성장하기까지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스스로를 지키고 위험은 피해갈 수 있는 능력..

상상력이 풍부해서인지 이상한 말을 많이 하고, 항상 밝은 웃음에 많이 불분명한 발음, 늘 알수없는 노래를 흥얼거리는 아이는 어른들에 의해 그렇게 지워지는듯 하다.

아빠가 지켜주고 싶지만 부족한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그냥 위에 말한대로 현실과 타협하며 처신하게 만들어 주는게 현재로선 최선인것 같다.

 

아빠는 휴식처가 되어 아이의 말을 믿고 들어주는 것 밖에 해줄 수 있는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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