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오원석 | 2012. 05. 09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에 등장하는 캐릭터 ‘다스 베이더’는 요즘 TV 속에서도 자주 볼 수 있다. 손짓으로 ‘워프’(WARP)라고 외치면, 데이터 속도가 빨라진단다. KT의 4세대 이동통신규격 롱텀에볼루션(LTE) 기술을 알리는 광고의 한 장면이다. 광고 속에서 ‘워프’는 마치 속도를 올려주는 주문처럼 묘사된다.

그러나 워프는 주문을 거는 마술이 아니다. LTE 스마트폰의 데이터통신 속도가 느려지는 것을 막는 기술이다. 원리가 뭘까. 다스 베이더의 손짓만으로 기술을 이해하기엔 부족하다.

KT에서 워프 기술 개발을 주도한 이성욱 KT 네트워크부문 공학박사를 만났다. 이성욱 박사는 LTE의 통신 커버리지보다 속도와 품질을 강조했다. 속도와 품질은 SK텔레콤이나 LG유플러스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LTE 대응이 늦은 KT의 LTE 차별화 전략이기도 하다.

“LTE로 통신 기술이 넘어오면서 커버리지보다 데이터 용량이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KT의 워프 기술은 데이터 용량이 폭증하는 것을 대비하는 기술입니다.”

KT의 워프 기술을 이해하려면, 우선 3G와 LTE가 기지국 사이를 넘나들 때 기술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아야 한다. 휴대폰은 이동하면서 쓰는 기기이기 때문에 휴대폰에 네트워크 신호를 쏴주는 기지국을 적절한 시점에 옮기는 기술이 핵심이다. 이 기지국과 멀어지면 저 기지국으로부터 신호를 받는 ‘핸드오버’가 사용자도 모르는 새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3G 네트워크가 쓰는 핸드오버 기술은 ‘소프트 핸드오버’라고 부른다. 소프트 핸드오버는 1개 이상의 기지국이 만들어내는 경계선에 휴대폰이 놓여 있을 때 여러 기지국으로부터 동시에 신호를 받는 것을 뜻한다. 벤다이어그램의 교집합 부분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LTE는 다르다. 교집합을 허용하지 않는다. 휴대폰이 기지국 신호 범위 경계선에 놓여 있을 때도 어느 한 쪽에서만 신호를 받는다. ‘하드 핸드오버’라고 부른다.

워프 기술을 좀 더 깊게 들여다보자. 크게 두 가지 기능으로 나눌 수 있다. 코디네이티드 스케줄링(CS)과 조인트 전송(JT)이다.

“두 기지국이 보내주는 신호에 간섭이 생길 수 있습니다. 한 기지국에서는 ‘아’라고 말하는데, 다른 기지국에서는 ‘어’라고 말하는 식이죠. 그러면 신호가 ‘아’인지 ‘어’인지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어요. 워프 기술 중 CS 기능은 한 기지국이 ‘아’라고 말할 때 다른 기지국은 말을 하지 못하도록 가상화 서버가 기지국에 명령하는 기능입니다.”

한 쪽에서만 신호를 받으면, 기지국이 감당할 수 있는 용량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경계선에 있는 휴대폰에 두 기지국이 동시에 신호를 주고 있다고 가정하자. 두 기지국 모두 하나의 기기를 위해 일을 하는 셈이다. 기지국 처지에서는 비효율이다. 이 같은 비효율을 개선하고 기지국이 감당할 수 있는 데이터 용량을 늘린다는 개념이다.

어려움은 있다. 어느 한 쪽의 기지국에서만 신호를 쏴주도록 누군가가 관리해야 하는 문제다. 여기서 가상화 서버의 역할이 중요하다. 가상화 서버는 기지국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지침을 내려주는 중앙집권화된 권력이다. 기지국이 LTE 스마트폰의 위치를 계산해 가상화 서버에 전달하면, 가상화 서버는 전달받은 위치 정보를 기초로 어떤 기지국에서 경계에 놓인 스마트폰을 담당하도록 할 것인지 지침을 내려준다.

JT 기능은 CS와 정반대다. LTE 스마트폰이 하나 이상의 기지국 신호 범위에 걸쳐 있을 때 여러 기지국에서 동시에 신호를 내려주는 방식이다. CS 기능이 간섭이 일어나지 않도록 한 곳에서만 신호를 내려주는 기능이라면, JT는 간섭이 일어나지 않는 방법으로 여러 기지국에서 신호를 내려주는 방식이다. 두 기지국이 동시에 ‘아’라고 말하는 식이다.

SC와 JT는 지역별로 각기 다르게 적용된다. CS 기능이 더 효율적인 지역인지, 혹은 JT가 더 좋은 품질을 낼 수 있는지 판단한다.

이성욱 박사는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선 JT가 적합하고, 주거 밀집 지역에서는 CS가 더 적절하다”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서울 강남역 주변에는 워프가 JT 방식으로 구현돼 있다.

사용자가 LTE 스마트폰을 이용할 때 기지국의 경계에 서는 일이 많을까. 이성욱 박사는 “실제 환경에서 측정하면 기본적으로 5개 이상의 기지국에 항상 결쳐 있다”고 설명했다. 도시일수록 정도는 심하다. 강남역은 70m에서 80m 간격으로 LTE 기지국이 설치돼 있다. 한적한 지역은 덜하다. 일반적으로 300m에서 400m 간격으로 기지국이 설치된 곳도 있다. 워프는 사용자가 몰려있는 도심에서 제 성능을 발휘한다.

이성욱 박사는 현재 워프 기술을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으로 확대할 방법을 구상 중이다. 기업용 보안 솔루션과 모바일 방송 기술로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앙집중화된 가상화 서버 덕분에 여러 기지국을 한 번에 관리할 수 있다는 특징 덕분이다.

“특정 지역에서 일어나는 통신을 그 지역에만 묶어둘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거대한 기업단지에서 쓰이는 데이터를 단지 밖으로 못 나가게 묶어둘 수 있죠.”

수원이나 포항, 구미 등 규모가 큰 공장이 있는 지역에서 특히 유용하다. 가상화 서버가 기지국을 통합해 관리할 수 있으니, 특정 지역을 보안지대로 설정하면, 그 안에서 일어나는 통신을 밖으로 새나가지 못하게 하는 식이다. 기업용 보안 솔루션이다.

일반 사용자를 위한 애플리케이션도 나올 수 있다. 방송 콘텐츠를 LTE 신호에 실어 사용자의 스마트폰으로 내려주는 MBMS(멀티미디어 방송 다중송출 서비스) 솔루션이 대표적이다. MBMS는 방송용 주파수가 따로 필요한 기존 DMB와 달리 통신용 주파수 일부를 방송 송출용 신호로 이용하는 모바일TV 기술이다. 기지국 설치 등 추가투자 없이 통신과 방송을 모두 서비스할 수 있다는 점에서 KT가 군침을 흘리고 있는 분야다.

MBMS의 방송용 신호는 마치 라디오 신호와 같이 뿌려지기 때문에 기존 통신용 LTE 속도가 느려질 염려도 없다. 가상화 서버가 관리하는 144개의 기지국이 하나의 방송 송출탑이 되는 셈이다.

100점 만점에 99점. KT가 보는 LTE 워프 기술 완성도에 대한 평가다. 나머지 1점은 KT LTE의 눈길이 닿지 못한 지역을 커버하는 일일 것이다.

이성욱 박사는 “시골 지역을 서비스하기 위한 기능도 들어갈 예정”이라며 “검증을 끝낸 후 6월부터 도입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퍼온곳 : http://www.bloter.net/wp-content/bloter_html/2012/05/10919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