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가량 써왔던 2만 원짜리 케이스를 이참에 바꾸기로 했다. 

최근 들어 메인보드도 교체했고, 청소하면서 부품도 부분 부분 추가하거나 교체하다 보니 결국 케이스까지 손을 대게 된 것이다. 

 

전에 쓰던 케이스는 크기가 너무 작아서 쿨링이 좋지 않아 수년간 뚜껑을 열어놓고 썼더니, 시끄럽기도 하고 먼지가 너무 끼이는 것 같다.

무엇보다 파워 내부가 먼지로 덮이는 건 이젠 사양하고 싶다. 

그래서 케이스를 알아보는데.. 10년만에 알아보니 PC 케이스의 세상이 너무 많이 변해 있었다. 

파워는 전부 하단에 달리고 선 정리도 깔끔하게 할 수 있으며, 기본적으로 팬에서 빛이 나는 케이스가 많았다.

그리고 놀라운건 팬은 왜 그렇게 많이 달려있는지.. 

 

원래 쓰던 케이스는 이름을 까먹었는데.. 하여간 미들 사이즈임에도 HDD 5.25인치와 3.5인치를 모두 합해서 11개나 달 수 있는 괴물 같은 케이스다. 

크기도 높이 40cm정도.. 아담하고 철판도 손가락으로 누르면 쑥~ 들어갈 정도로 얇아서 엄청 가볍다. 

하지만 온도관리가 쉽지않아 케이스 위쪽에 드릴로 20여개 정도의 구멍을 뚫어서 배기구를 만들고, 80mm 팬을 설치해 열기가 배출되게 만들어 줬고, 그렇게 몇년간 잘 썼으나 위쪽에 구멍이 뚫리다 보니 먼지가 잘 들어오고 팬이 늘어나니 전체적으로 소음과 진동이 심했다. 

결국 2~3년 전쯤에 상단의 팬을 태어내고 테이프로 구멍을 덮어주고 케이스 뚜껑을 열어서 쓰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케이스 아랫쪽에 먼지와 말라죽은 벌레들이 수북이.. 

 

그렇게 케이스 검색에 들어갔는데.. 문제는 요즘 케이스들은 HDD를 달 수 있는 공간이 너무 적었다. 

평균적으로 3~4개 정도만 달 수 있고, 많아야 5개 정도.. 하이타워를 사야 할 판이었다. 

SSD X 2개와 HDD X 4개, CD-ROM까지 전부 달 수 있는 케이스가 10만원 내에서는 그 수가 많지 않았다. 

그러다가 발견한 녀석.. 

 

브라보텍 스텔스 FX470 파노라마 윈도우 블랙.. 가격은 75,000원 정도 했다.

일단 HDD를 최대 11개(?)나 달 수 있다. 

게다가 전부 하드렉으로 되어있어 설치가 쉬워 보였지만.. 좀 더 알아보니 기본 제공되는 하드렉은 4개뿐이고 플라스틱이란다... 

내가 가진 HDD를 전부 달려면 별도로 구매하던가 적당한 녀석을 구해서 달아줘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것 같았다. 

크기도 옛날 기준으로 하이타워에 속하는 50cm가 넘어갔다. 

나쁘지는 않지만.. 하드렉을 별도로 구해야 하는데, 판매처에서 같이 팔지 않아 구하기가 애매했다.  

나온지도 굉장히 오래됐고.. 

 

다시 한참을 검색해보니 대부분이 10만원을 넘어가는 녀석들 뿐이라 쉽사리 손이 가 질 않았다. 

그냥 포기하고 쓰던거 계속 쓸까.. 껍데기가 어떻든 작동은 하니까 라고 생각할 때쯤, 기적같이 내가 원하는 조건 대부분을 수용하는 그런 녀석을 발견했다. 

 

 

[ABKO] NCORE G200 타노스 리턴 강화유리 HALO 가격은 49,700원.. 오~ 싸다!!

HDD 5.25인치 X 2개, 3.5인치 X 3개, 2.5인치 X 2(여기에 2층짜리 하드렉을 2개 달면..)개를 달 수 있다. 

3.5인치는 바닦에 한 개, 하드렉으로 2개를 달 수 있고, 비록 하드렉은 플라스틱이지만 제법 두꺼운 고무밴드로 소음을 줄일 수 있게 만들어져 있었다. 

팬은 5개 기본 장착이고 수동으로 팬의 속도조절이 가능하다.(하지만 아쉽게도 팬의 램프를 끄면 팬도 같이 꺼진다) 

한쪽은 전면 강화유리로 되어 있어서 묵직했다. 

이 케이스도 나온지 좀 된 것 같지만, 철판 두께도 나쁘지 않고 디자인도 그럭저럭 봐줄 만했다. 

기본 구성도 괜찮은 것 같았다. 바로 구입!!

120mm 팬 3개와 80mm 팬 1개 그리고 저항도 몇 개 함께 샀다. 

아쉽게도 케이스와 다른 부속들은 배송비를 따로 받았고 각각 포장되어 왔다. 

 

3시간 정도 시간을 들여 조립했다. 

조립하다 보니 단점이 몇가지 있었는데.. 

 

1. 옛날 케이스와는 다르게 하드를 때고 붙이거나 그 외에 전원 케이블을 연결할 때, 그래픽 카드나 메인보드 쪽에 뭔가를 하려고 하면 서로 다른 면의 케이스 뚜껑을 열거나 두면 다 열어줘야 한다.(귀찮네..) 

 

2. SSD 전용 장착 부위에 장착된 SSD에 전원을 연결하려면, 선이 나오는 구멍의 고무(노란색 박스)를 일정부분 빼서 전원 커넥터가 걸리지 않게 처리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SSD 전원.. 특히 라인의 가장 끝에 있는 전원을 제외한 나머지 커넥터는 선이 방해되어, SSD 두 개 중 한 개는 연결할 수가 없었다.(물론 E-IDE to SATA 케이블을 사거나, 2.5인치 2층 하드렉 등으로 해결해 줄 수는 있지만..) 

 

3. 5.25인치 렉 고정부분(빨간색 박스)의 한쪽은 고정할 수 있는 부분이 한 개뿐이라서 조금 불안정하다.(그래도 꽉 조여서 단단하게 고정시키니까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 

 

4. 3.5인치 하드렉이 있는 부분 위(초록색 박스)에 팬을 달 수 있게 되어있는데.. 거기에 팬을 설치하면 HDD의 열은 배출할 수 있을지 몰라도 전면에서 들어오는 외부 바람을 올려버려 그래픽 카드로 가는 바람의 양이 줄어들 것 같았다. 

게임을 하지 않을때의 그래픽카드의 온도는 40도 아래였는데, 게임(DOA6)을 시작하고 대기화면에만 머물러 있는데도 70도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여기서 좀 더 게임을 빡세게 오래 하거나, 더 높은 사양의 게임을 하면 열이 많이 올라갈 텐데..

물론 초록색 부분의 팬을 제거하면 그래픽카드로 직접 가는 외부 바람의 양은 늘어나겠지만.. 어느 것이 더 나을지 아직 사용기간이 짧아서 판단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사용한 지 2~3시간 정도 되니 CPU 온도가 80도 이상 올라갔다. 

조립하고 켠지 얼마 되지않았을 때 캡쳐한 컴퓨터 열 모니터 상황

5. 앞에도 언급했지만 LED를 끄면 팬도 같이 꺼지고, 팬의 속도는 시스템에서 자동으로 조절되지 않는다. 

 

6. 강화유리..라곤 하지만 이런 케이스를 써본 적이 없고 책상 밑에 두고 있기에 한쪽면 전체가 유리라는 것은 걱정이 좀 된다.. 

 

7. 팬의 소음이 생각보다 크다. 

속도를 낮추면 조용하지만.. 흡/배기 둘 다 저속 모드면 온도관리가 어려울 것 같아서 전면 흡기구 쪽은 저속으로, 후면과 위쪽 배기구 쪽은 고속으로 맞춰뒀다.(시간 나면 팬의 선분리 작업을 해줘야 할 것 같다.) 

 

8. 이 케이스도 나온 지 제법 되는 것 같다. 

물론 내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지만.. 

 

9. '미들타워'라고 되어있지만.. 내가 알던 미들 케이스와 요즘 미들타워..라는 것은 서로 다른 건가?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상쇄.. 할 만큼 가격이 저렴하다! 

그 외의 장점은 케이스 광고에 충분히 있을 테니.. 생략. 

 

파워는 뜯어서 새로 산 120mm 팬을 달아줬는데.. 생각보다 조용하지는 않았다. 

최근에 분해하고 청소하면서 구리스 발라준 원래의 팬과 비교해도 소음면에서 나아진 걸 모르겠다. 

80mm 팬을 추가해서 파워의 열을 배출시키려고 했는데.. 안쪽면의 스위치박스가 걸려서 결국 설치하지 못했다. 

60mm로 샀어야 했는데.. 

 

책상 밑이 훤하니까.. 조금 적응이 안된다. 

짧은 치마 입은 아가씨가 앉아있으면 참으로 아름답겠지만.. 나이 든 아저씨의 책상 밑이 불필요하게 화려해졌다. 

선탠이라도 붙여야 할까.. 하지만 실수해 발로 차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아~ 생각지도 못한 단점 한 개 더.. 케이스 위가 환풍구라 약하고 물렁거리서 이젠 다리를 올려놓을 수 없게 되었다...

 

완성!! CD-ROM은 거의 음악 감상용으로만 쓰기 때문에 E-IDE 케이블은 연결하지 않았다.

 

// 아들이 컴 조립할 때 많이 도와줬다. 물론 방해도 같이 했지만.. 

// 케이스만 바꿨는데 왜 새 컴퓨터 냄새가 날까..? 

 

 

한달 후.. 

a. 그래픽 카드와 바이오스로 바람 보내는 쿨러 추가(양면테이프로 고정). 

b. 2.5 하드렉을 연결해서 전원케이블의 연결이 힘들었던 SSD 하나를 3.5인치 HDD 밑에 장착. 

c. 하단 쿨러의 높이를 올려줌. 

d. 파워 안에 넣을 작은 팬(50mm)을 별도로 구해서 파워 내부에 달아봤는데 소음이 너무 컸다.

   소리를 줄일려고 저항을 달았더니.. 파워 내부의 온도가 올라가서 120mm 팬이 빨리 돌 때는 오히려 배기를 방해

   하는 것 같아 결국 제거, 처음에 샀던 조용한 80mm 팬을 내부전원 하나 빼서 파워 외부에 달아줬다. 

 

최근에는 PC 유리벽 케이스 안에 피규어나 장식 같은 거 많이 넣는다길래 하나 사봤다.

쇼핑몰 사진상으로.. 받침대가 너무 크지 않은 차가운 파란빛과 어울릴 것 같은 그녀를 데려왔는데..

손가락 길이만한 피규어는 사본적이 있지만 좀 큰 피규어를 사본적이 없어 건프라 MG나 HG만 할 거라고 생각하고 샀더니 너무 커서 들어가지가 않네. ㅊ..

 

공간만 차지하는 갈곳 잊은 그녀.. 

 

// 생각보다 피규어.. 란게 나쁘지 않네.. 눈이 시원해짐~